그린룸, 2026
세마퍼포먼스 《호흡》의 모든 참여자들을 위한 휴식공간
그린룸에서 발효시켜 만든 콤부차, 사워도우 빵, 가구와 조명 설치
권소영, 권새싹과 협업

서서울 시립미술관 개관전 세마퍼포먼스 《호흡》 전경

〈그린룸〉에서는 효모와 균이 자라고 있다. 이 공간에서 세마 퍼포먼스 《호흡》의 모든 참가자가 먹게 되는 음식들은 대부분 효모와 균에 의해 분해되고 발효된 것이다.

인간의 몸에는 몸무게의 약 0.5%에 달하는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미생물 유전자의 총합, 즉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 유전자보다 수백 배 많다. 어쩌면 인간의 몸은 하나의 유기체라기보다 미생물과 공존하는 하나의 생태계에 더 가깝다. 사람의 감정과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는 세로토닌 대부분과 도파민 일부는 장에서 만들어진다. 장과 뇌는 서로 직접 연결된 신경과 호르몬의 시스템을 통해 소통한다. 이른바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 불리는 관계다. 발효, 미생물, 그리고 인간의 감정은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이 정신 건강이나 감정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개념이 사이코 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는 이름으로 논의되기도 한다. 전통사회에서 한집안의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미생물 생태계를 공유하며 살아갔다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균을 통해 서로 연결된 공동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다.

〈그린룸〉이 일시적으로나마 세마 퍼포먼스 《호흡》의 기간 동안 이 전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연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믿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공간은 공연의 대기실인 동시에 서로의 몸속에서 작동하기 시작한 미생물들의 대기실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린룸〉은 관객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관객이 다가갈 수 있는 경계는 이 공간을 감싸고 있는 발효 감물로 염색한 천의 표면까지이다. 피부색과도 비슷한 이 천이 〈그린룸〉의 살갗이며, 관객은 이 살갗을 뚫고 들어올 수 없다. 이 피부, 경계의 안쪽에서 세마 퍼포먼스 《호흡》의 모든 참가자들은 쉬고 회복하고 있다.

관객이 볼 수 없는 작업이지만, 나는 관객들이 〈그린룸〉을 마음껏 상상해 주기를 바란다.

〈그린룸〉에서 길러진 균과 미생물들은 퍼포머와 작가, 안무가, 전시팀, 운영팀, 음향팀, 조명팀, 촬영팀 등 모두의 몸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세마 퍼포먼스 《호흡》이라는 전시 전체가 인간과 미생물에 의해 하나로 연결된 움직임이라는 것을 믿어주길 바란다.

2026년 3월 작가노트 감동환
편집 이성민

✳︎ 감동환 작가의 〈그린룸〉은 세마 퍼포먼스 《호흡》과 총 35일, 840시간을 함께 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미술관을 운영하고 전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술관이 개관하기 전 2026년 3월 9일, 이 작업을 시작했다. 모두가 그가 준비한 작업이자 공간에서 쉬는 중에도 작가는 적정한 레시피를 찾고, 빵을 굽고, 음료를 만들며, 미생물과 발효종들을 매일 돌본다. 이 글은 〈그린룸〉을 볼 수 없는 관객들을 위해 작가가 쓴 글이다.